안녕하세요. 씨네 사피엔스의 그랑카페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가상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극단적인 독재 정치로 인해 미국은 여러 분파로 나뉜 상황인데요. 계속된 내전으로 달라진 일상 속에서, 종군 사진기자인 '리(커스틴 던스트)'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파트너 '조엘(와그너 모라)'과 오랜 동료 '새미(스티븐 맥킨리 헨더슨)' 그리고 우연히 만난 아마추어 '제니(케일리 스페이니)'와 함께 워싱턴 D.C로 떠나게 됩니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지금까지 <엑스 마키나>와 <서던 리치: 소멸의 땅>, <멘>을 연출하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만들어 왔는데요. 이번에는 그가 전쟁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전쟁물 하면 떠올릴만한 직접적인 교전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데요. 그렇다고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후반부, 워싱턴 D.C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은 매우 사실적이면서 완성도가 높은데요. 혹여나 스케일 큰 전쟁 영화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매우 사실적인 총소리)
영화는 내전이 왜 발생했는가에 대한 배경 정보는 거의 전무합니다. 그저 폐허가 된 길과 도시, 폭력과 죽음의 이미지를 통해 일상화된 전쟁의 참상만을 보여주는데요. 여기서 감독은 진짜 하고픈 이야기를 카메라 든 기자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로드무비이자 어쩌면 직업 영화(또는 성장 영화)로 보이는 이 작품은 기자와 윤리의 관계를 담아내며 극 중 캐릭터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타인의 비극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일이 도덕적으로 옳은가?
함께 여정을 떠난 네 명의 기자 또는 배우들은 좋은 팀플레이를 보여주는데요. 먼저 베테랑 종군기자 '리' 역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는 무심한 표정과 함께 재능 있고 오랜 시간 일해온 직업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내기 '제시' 역의 케일리 스페이니는 초반 비참하고 끔찍한 현장에 감정적으로 동요되지만, 동료들의 조언과 경험으로 점차 성장하는 기자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는데요. '조엘'과 '새미' 역의 와그너 모라와 스티븐 맥킨리 헨더슨도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해냅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제시 플레먼스가 나온 부분인데요. 대략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굉장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같은 편 미국인인지 다른 편 미국인(즉시 총살..)인지 알기 위해 기자들에게 출신을 묻는 간단한 장면이지만, 순간 엄청난 공포감을 전달합니다.
(*극 중 '리' 역의 커스틴 던스트와 실제 부부 사이)
결말부, 서부군(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과 함께 백악관에 침입한 기자들은 경호국과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요. 순간 현장을 담기 위해 위험에 뛰어든 '제시'의 행동으로 '리'가 희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근데 저는 이 장면이 갑작스럽기도 하고, 그전에 두 사람이 나눴던 '서로의 비극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찍을 것인가'에 관한 대화를 작위적으로 만든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내전의 참상을 기자들의 시선과 카메라를 통해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기자들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각각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낸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오늘도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 또 좋은 영화들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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