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씨네 사피엔스의 그랑카페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올 한 해도 다양한 한국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중 기억에 남는 5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댓글부대
첫 번째 영화는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기자 '상진(손석구)'이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어 정직당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한 제보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정현 주연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연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자칫 무겁고 복잡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러닝타임 내내 몰입을 잃지 않게끔, 속도감 있고 현실적인 디테일을 잘 살려냈는데요. 주연을 맡은 손석구 배우와 함께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도 각각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후반은 이야기가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하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정보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의 주제와 잘 맞는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다음 작품은 김다민 감독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입니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상상력을 보여준 영화인데요. 국영수뿐만 아니라 태권도, 미술 그리고 페르시아어까지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던 '동춘(박나은)'은 우연히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막걸리를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나라의 교육과 관련하여 씁쓸하고도 우울한 현실을 다소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마냥 귀엽고 동심 가득한 초등학생의 판타지가 아니라 저도 어느 순간 막걸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여행자의 필요
올해도 *두 편의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개봉했는데요. 그중 소개할 작품은 <여행자의 필요>입니다. <다른나라에서> (2012)와 <클레어의 카메라> (2018) 이후, 이자벨 위페르 배우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만남인 이 작품은 '이리스(이자벨 위페르)'라는 여성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자의 필요>와 <수유천>)
이리스를 만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알 수 있는 건, 그저 불란서(프랑스)에서 왔다고 말하지만 출신을 알 수 없는 한 여성의 모습과 언어입니다. 감독의 여느 영화처럼 반복되는 대화 장면과 인물의 일상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데요. 특히 이자벨 위페르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여행 그리고 영화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벗어날 탈 脫
다음 작품은 서보형 감독의 <벗어날 탈 脫>입니다. 이 작품은 깨달음을 얻고자 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단식과 108배를 하는 '영목(임호준)'과 전시를 앞두고 영감을 기다리는 '지우(위지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오프닝에 나오는 '不一不異(불일불이)' 처럼,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두 사람의 이야기가 깨달음이나 영감, 그리고 죽음으로 엮이는데요. 난해할 수 있는 부분을 굉장히 창의적이고도 강렬하게 표현해 내면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잘 작용하며 한 편의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마지막 영화는 조희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입니다.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던 작품인데요. 다섯 편 중에서는 유일한 미개봉작입니다.
'정호(감동환)'라는 한 남성과 각각 엮여있는 '수진(공민정)'과 '인주(정보람)', 그리고 '유정(정회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요. 인물들의 관계나 시간이 섞여있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점점 번지듯 쌓여가는 그들의 감정과 대화를 보다 보면 각각의 이야기로도, 엔딩에 다다르며 완성되는 하나의 작품으로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는 2024 해외 영화 결산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리고 12월 29일 어제 있었던, 너무나도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는데요.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함께,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 시네마 - 4월 (8) | 2025.05.01 |
---|---|
월간 시네마 - 3월 (4) | 2025.03.31 |
월간 시네마 - 2월 (4) | 2025.02.28 |
월간 시네마 - 1월 (29) | 2025.02.02 |
2024년 해외 영화 결산 (10) | 2024.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