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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의심과 확신 사이, <콘클라베> 리뷰

by Cine sapiens 2025. 5. 24.

 
안녕하세요. 씨네 사피엔스의 그랑카페입니다.


 

들어가며

 

5월 8일(한국 시각 9일), 제267대 교황으로 로버트 프리보스트(레오 14세) 추기경이 선출되었습니다.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데요. 지난 4월 21일, 12년간 가톨릭을 이끌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함에 따라 장례 후 다음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유일한 한국인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을 포함하여 *참석 권한을 가진 추기경들이 바티칸의 '산타(성녀) 마르타의 집'에 모이고, 시스티나 경당에서 본격적으로 투표를 진행했는데요. 바로 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 투표(또는 회의)를 '콘클라베'라고 합니다.

 

(*80세 미만의 추기경.)

 

오늘 리뷰할 영화 <콘클라베>는 제목 그대로 교황을 선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국내에 개봉한지는 두 달하고도 보름이 더 지났는데요. 당시 영화와 만나지 못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상황 속에서 마침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본작을 상영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영화와 만나고 왔습니다.

 

관람 당시, 실제 콘클라베와 교황 *선출이 이뤄진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작품이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왔는데요. 그때의 경험을 간략하게나마 리뷰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5월 7일과 8일, 이틀간 네 번의 투표 진행.)

 

 

(스포일러 주의)


영화 정보

 

 

감독: 에드워드 버거
출연: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 외.
장르
드라마, 스릴러

상영 등급: 12세이상관람가 
상영 시간
120분 (2시간)

개봉일: 2025년 3월 5일


영화 내용

 

영화는 교황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추기경단 단장인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 위치한 교황의 방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교황의 시신과 함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요. 사도 궁내원장(바티칸 궁전 또는 교황궁)인 '보즈니아크'의 주도하에 예식이 진행되고 곧 *사도좌 공석이 선포됩니다.

 

(*주교좌가 비어있는 상태.)

 

 

슬픈 기운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로렌스는 교황과 각별했던 추기경 '벨리니(스탠리 투치)'와의 대화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교황의 병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교황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보즈니아크로부터 경위를 들으며 공식 발표문(사도좌 공석에 관한)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후 영화는 콘클라베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콘클라베가 이루어지는 시스티나 경당의 보안 점검과 함께, 참석 권한을 가진 107명의 추기경들이 하나둘씩 바티칸에 도착하는데요. 여기에는 벨리니를 포함하여 유력한 교황 후보인 '테데스코(세르지오 카스텔리토)', '트랑블레(존 리스고)' 등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명단에는 없었지만, 생전 교황이 비밀리에 임명한 '인 펙토레' 추기경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즈)'도 로렌스와 인사를 나눕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대주교.)

 

 

드디어 추기경들이 모두 모이고, 그들은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갖습니다. 동시에 각각 보수파와 진보파에 속한 추기경들은 자신의 진영에서 조금씩 의견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요. 묘한 긴장감 속에서 그들은 콘클라베 첫째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영화 후기

 

제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야기입니다.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고결해 보이는 자들의 비밀회의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요. 바로 그 부분이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바티칸을 배경으로 교황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종교인들의 *권력투쟁은 모순적이면서도 과연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까 궁금했습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2011)에선 서로 교황 자리를 피하려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영화가 단순히 콘클라베의 과정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교인들의 깊이 있는 정치 스릴러를 그려낸 데에는 각본가 피터 스트로언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각색을 맡았던 그는 당시 복잡하면서도 세밀한 스파이물을 써낸 바 있는데요. 이번에도 각 진영의 복잡한 사정과 인물들 간의 갈등이 잘 담긴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해 냅니다.

 

(*존 르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2011년 작품.)

 

 

두 번째는 바로 감독입니다. 전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주목을 받았던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제1차 세계대전의 전쟁터에서 바티칸으로 이야기의 배경을 옮깁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종교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또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요. 여기에 흥미로운 사운드와 이미지도 함께 담아냅니다.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국제영화, 촬영, 미술, 음악상 수상작.)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웅장하고도 공포스러운 음악처럼 <콘클라베>의 음악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두 작품의 음악을 모두 작곡한 폴커 베르텔만은 신성하고도 밀폐된 공간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중간중간 긴장감을 형성시키는 사운드를 통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인물들의 의상과 이야기가 펼쳐지는 미술 세트는 실제 콘클라베의 현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조롭지 않고 깔끔하게 담아내는 촬영과 편집 역시 좋았습니다.

 

 

영화는 또한 현재 가톨릭의 다양한 면들, 특히 전통주의적인 모습이나 개혁적인 모습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를 여러 캐릭터, 배우들을 통해 엿볼 수 있었습니다.

 

로렌스 역의 랄프 파인즈는 극 중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콘클라베를 이끌어가는데 노력하면서도 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캐릭터의 상황을 연기하는데요. 자신의 신념과 신앙에 대해 계속해서 의심하고 고민하는 복잡한 내면을 안정적으로 표현해 냅니다. 여기에 스탠리 투치존 리스고, 루시안 므사마티,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유력한 교황 후보군의 입장에서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제시하며 극의 흥미를 더합니다.

 

 

그리고 극 중 아녜스 수녀로 등장하는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남성 권력 중심의 사회 속에서 단순히 배경으로서 지나가는 것이 아닌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는데요. 이러한 부분은 그동안 가톨릭 사회에서 배제되어온 존재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이것은 카를로스 디에스가 연기한 베니테스 추기경을 통해서 반복됩니다. 그는 콘클라베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성찰과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연설을 통해 내비치는데요. 이를 통해 저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끝내며

 

오늘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영화 <콘클라베>와 만나봤습니다. 의심과 확신에 대한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작품이었는데요. 향후 감독과 배우, 제작진들의 활동을 응원하며 이상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글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좋은 영화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